우리학교 늘푸른반 강영희 학생의 온정이 넘치는 이야기 소식입니다. 

 

 

세탁소 아줌마, 디자이너 꿈에 바람나다
[칠십리이웃들] 안덕면 화순리 강영희씨
2011년 06월 26일 (일) 10:29:16 박소정 기자 cosorong@naver.com
   
▲ 안덕면 화순리 강영희씨.

강영희(53)씨가 18살이 되던 해였다. 어느 날, 주간지 ‘선데이 서울’을 보던 중 광고 하나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라사라 학원 수강생 모집.’

평소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다니지 못해 기술이라도 배워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그에게 이 모집광고는 운명처럼 느껴졌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동안 감자공장에서 일하며 열심히 모아뒀던 돈을 들고 무작정 서울로 향했다.

“평소 바느질 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땐 제 꿈보다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기술이라도 배워 부모님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어른이 된 줄 알았죠. 두려움도 없었고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반대하는 부모님에게 울고불고 매달리기도 하고…”

이렇게 그의 서울생활이 시작됐다. 패션디자인학원인 이 학원에서 그는 재단반 과정을 수료했다. 모아두었던 돈이 넉넉했으면 다른 과정인 미싱반도 수료하고 싶었지만, 그런 여건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기초지식을 배울 수 있는 재단반을 선택했다. 수업은 그에게 늘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조금씩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재단을 배운 후, 그는 부산에 있는 한 의상실에 취업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길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생각보다 치열했던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의상실이라는 공간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반복해야만 했지만, 그는 힘들기는 커녕 오히려 즐거웠다. 개인적인 이유로 5년 만에 제주에 다시 돌아와야 했던 그의 표정에 아쉬움이 묻어난다. 한편, 젊었을 때의 그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미소를 머금었다.

현재 화순에서 10년 동안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강영희씨. 그는 최근 다시 디자이너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20년 전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둬야만 했던 서귀포오석학교에 다시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대학교 의상학과에 입학하려면, 우선 검정고시에 합격해야 하잖아요. 20년 만에 다시 학교에 오니 감회가 새로워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저녁 7시부터 수업이 시작되는 학교에 다니기 위해 그는 과감히 세탁소 영업시간도 변경했다.

“평소에는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열었는데, 학교를 다니기 위해 오전 5시부터 오후 5시로 영업시간을 변경했어요. 시간을 변경하면 손님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아 다행이에요.”

그에게 이 지역에서 수선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고 하자, 그는 “다른 건 몰라도 바느질 하나는 제가 완벽하게 잘해요. 다른 지역에서도 수선하러 와요”라며 자신했다. 직접 옷을 만들어서 입기도 한다는 그는 “바느질만큼 손맛이 나는 게 없더라고요”라고 좋아하면서 한마디 더 말했다.

“주변에서 아줌마가 무슨 디자이너를 한다고 하지만 전 아직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꼭 입학해서 전문적으로 배운 뒤 저만의 의상실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사랑하는 가족이 옆에서 지원해주는 데 뭐가 두렵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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