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장애 짓누른 감동의 사각모’
최용호씨, 주경야독 딛고 늦깎이 수필가 등단
2011년 01월 21일 (금) 09:57:08 이현모 기자 hmlee@seogwipo.co.kr

<그토록 써보고 싶던 사각모를 막상 쓸려니 왜 그리도 어색하던지…. 잠시 화장실로 자리를 이동하여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추스르고 졸업식에 임했다. 어디선가 ‘낙엽이 지는 것은 헤어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준비하기 위함이다’라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내가 쓰고 있었던 거울 속의 사각모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장애와 가난을 딛고 주경야독으로 배움을 이어오며, 늦깎이로 대학을 졸업하고 수필가에 등단한 최용호씨.

어릴 때부터 장애를 앓으며, 주경야독으로 만학의 꿈을 일궈 온 최용호씨(46)가 지난해 수필가에 등단했다. 2010년 겨울호 ‘다시올 신인문학상’에서 수필 부문에 당선한 것.

당선작은 ‘아름다운 사각모’와 ‘금메달 인생’ 등 2편. 온갖 역경 속에서도 늦깎이로 대학을 졸업하게 된 과정과 장애인 전국체전 볼링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과정이 자전 수기처럼 엮어진 글들이다.

수필가로 갓 데뷔한 최용호씨는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수필작품처럼 매우 감동적이다. 어릴 적 우연한 사고를 당했으나 집안의 가난으로 그대로 방치한 탓에 평생 장애를 짊어지게 됐다.

초등학교 2년 중퇴가 그의 최종 학력. 16세부터 목공일을 하며 자립기반을 다지던 중 32세에 다시 공부를 시작한 뒤 오석야간학교에서 6년 만에 중등과 고등 검정에 합격했다. 이어 2007년 제주산업정보대에서 실내건축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꿈에 그리던 사각모를 쓰게 됐다. 

최씨는 당선 소감에서 “어려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유년시절은 마음과 육신이 많이도 상했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평탄하지 못했던 삶의 추억을 글의 방에서 마음의 정서를 느끼고 싶다”고 적었다.

심사위원들은 “가난과 장애 탓에 뒷전으로 밀려간 최용호가 다시 세상 중심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열정과 노력이었다”면서 “개인의 불행을 다룬 두 편의 수필에는 삶의 무게와 사유의 깊이, 세심한 정황묘사 등, 문학성도 지니고 있다”고 치하했다.

도심지에서 벗어나 한라산 중턱 토평공업단지에서 12년째 목공소 일을 운영하고 있는 최씨. 목공 일 틈틈이 자연과 벗 삼 사색에 잠기며 글쓰기를 즐겨 하는 그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고 어린 자녀들에게 꾸준히 노력하는 삶을 보여주려 열심히 살고 있다.

자신의 살아왔던 삶의 여정을 진솔하게 담은 작품을 써보고 싶다는 그는 현재 이어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